신봉동 고분군 특별전 7월 말까지 개최
흥덕구 신봉동 사람들에게 명심산은 오래전부터 조금 특별한 산이었다. 마을 뒷산 어딘가에 오래된 무덤이 있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누가 처음 꺼낸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른들은 산자락을 가리키며 “저기 옛 무덤이 있다더라”고 했고, 아이들은 그 말을 들으며 숲 너머에 숨은 시간을 상상했다. 전설처럼 떠돌던 이야기였다. 1982년, 땅속의 흔적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발굴이 시작되자 명심산은 오래 품어온 비밀을 하나씩 내놓았다. 흙을 걷어낸 자리에서 무덤이 드러났다. 한두 기가 아니었다. 산자락을 따라 1,500년 전 청주에 살았던 백제인들의 무덤이 줄줄이 확인됐다. 무덤 속에서는 토기와 장신구, 무기 등 삶의 흔적도 함께 나왔다. 소문은 전설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정말로 백제인이 잠들어 있었다.
이후 2013년까지 모두 7차례 발굴조사가 이어졌다. 확인된 백제 무덤만 300여 기. 청주 신봉동 고분군은 청주의 대표적인 백제 유적으로 자리 잡았다. 명심산은 더 이상 평범한 마을 뒷산이 아니었다. 1,500년 전 청주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죽음이 켜켜이 묻힌 역사 현장이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 특별전 ‘신봉동에 잠든 백제인’은 그 시간의 문을 여는 전시다. 오는 7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신봉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과 발굴 기록 자료 96점을 선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유리장 속 유물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을의 소문이 어떻게 발굴로 이어졌는지, 무덤 속 유물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1,50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백제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따라가게 된다.
무덤은 죽은 사람만을 말하지 않는다. 함께 묻힌 물건들은 살아 있던 사람의 시간을 증언한다. 그들이 쓰던 그릇, 몸에 지녔던 장신구, 소중히 여겼던 무기에는 당시 청주지역 백제인의 생활과 문화가 남아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바라보던 마음도 그 안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체험 행사도 마련됐다. 전시 기간 동안 백제 의상 체험, 고리자루칼 꾸미기, 백제 무덤 만들기 등이 무료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책 속의 백제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들고, 몸으로 입어보며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