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문화원은 최근 청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책 ‘땅에 세운 돛대’를 발간했다. ‘땅에 세운 돛대’엔 청주 지역의 연구자들이 지역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재구성한 동화 27편이 실렸다. 특히 삽화는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해 그림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청주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서 아동 권리 존중 분위기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청주시민신문은 매달 ‘땅에 세운 돛대’에 수록된 동화 한 편씩을 소개해 아동과 부모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등사 주지 혜원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대전을 지나고, 조치원을 지나 청주에 들어온 혜원 스님은 서쪽으로 기우는 해를 보며 생각했단다.
‘청남문이 닫히기 전에 청주 읍성에 들어가야 할 텐데….’
다행히 문이 닫히기 직전에 읍성에 들어갈 수 있었어. 혜원 스님은 읍성 안의 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지. 긴 여정에 피곤했던 혜원 스님은 눈을 붙이자마자 잠이 들었단다.
“혜원아, 일어나거라. 용두사에 들어가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돛대를 세우거라. 혜원아, 어서 일어나거라.”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혜원 스님이 눈을 번쩍 떴어. 꿈이었지만 너무도 생생했지. 혜원 스님은 서둘러 읍성 가운데에 있는 용두사로 들어갔어. 주지 스님을 찾아 급히 인사를 하고 꿈 이야기를 했지. 그러자 이야기를 들은 주지 스님이 감탄하며 말했어.
“이렇게 놀라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용두사에 있던 스님들도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은 부처님이 꿈에서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었어. 용두사에 배가 없는데 도대체 어디에 돛대를 세우라는 걸까? 스님들은 수수께끼 같은 부처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지만 해결할 수 없었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배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게 스님들이 고민하던 때였어, 한 소년이 혜원 스님을 찾아 왔어.
“스님, 우암산에 올라가 가만히 청주를 내려다 보시면 부처님의 뜻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나 소년은 대답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 혜원 스님이 허탈해하며 우암산을 멍하니 바라보았지. 그리고는 주지 스님에게 말했단다.
“제가 우암산에 다녀와야 겠습니다.”
산에 올라간 혜원 스님은 몇 날 며칠을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청주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단다.
‘알 수가 없구나. 부처님의 말씀도. 소년의 말도….’
그렇게 고민하다가 꾸벅 졸던 혜원 스님이 깜짝 놀라 일어났어.
정신을 차리고 청주를 내려다 보았는데, 어머나 이게 뭔 일이니?
청주 고을이 움직이는 것 같지 뭐니. 청주가 강물에 유유히 떠내려가는 배처럼 보이는 거야.
“나무아미타불. 청주가 배 모양이었구나. 돛대는 배 가운데에 세우는 것이지. 어서 용두사로 내려가야겠구나.”
혜원 스님은 부처님이 말한 배가 청주를 말한 것임을 깨달았어. 그러니 배의 한 가운데에 해당하는 용두사 절 안에 돛대를 세우면 되는 거였지. 이 돛대를 세운 후로 청주에는 큰 물난리가 나지 않았대.
더 생각하기
당간은 절 앞에 높이 세워 예불이나 법회 등이 있을 때 깃발을 걸어두는 기구야. 용두사지 철당간은 철통을 쌓은 긴 기둥으로 국보 제41호 문화재이기도 해. 처음에는 철통이 30개에, 맨 위에 용머리가 있었다고 해. 하지만 지금은 철통만 20개 남아 있단다. 철당간의 양쪽에는 돌기둥을 세워 두었는데, 이 돌기둥의 맨 위쪽에 빗장과 같은 장치를 두어 철당간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어. 아래에서 세 번째 철통에는 철당간을 세우게 된 동기와 과정 등이 기록되어 있어. 고려의 호족들이 고려 광종 13년(962)에 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예전에 청주 사람들은 만날 약속을 정할 때 “철당간 앞에서 만나자”라고 했대. 철당간은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지. 지금 너희들에게 철당간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렴.
강전섭 청주문화원장 인사말
1500년 역사의 고장 청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책을 발간하면서 청주인으로서 청주지역의 시대와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정체성 및 자부심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청주의 미래세대는 청주의 희망입니다. 훌륭한 집필진들과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삽화로 가득 채운, 청주를 대표할 만한 청주의 동화책이 만들어진 것에 대하여 큰 자부심을 느끼며 우리 지역의 어린이들이 ‘땅에 세운 돛대’ 동화를 통해 꿈꾸고 성장해 나가길 희망해 봅니다. 앞으로 매월 1화씩 청주시민신문에 게재될 ‘땅에 세운 돛대’ 시리즈에 많은 기대 바라며, 더 많은 청주 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옛이야기를 읽고 더욱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