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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청주시립국악단 128회 정기연주회 <새로운 지평> 리뷰
작성자 채세인
내용 오늘 공연 <새로운 지평>은 항상 방문하던 대공연장이 아닌 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아트홀은 대공연장 보다 확실히 아담한 내부였지만 연주자와 관객이 더욱 밀착되어 생동감있는 감상을 할 수 있다. 오늘 공연에서 특히 내 마음을 움직인 두 곡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곡은 달항아리,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듯한 신비로운 도입이다. 해금의 옅은 소리가 공간을 긴장감있게 채워주고 관악기 솔로가 더욱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한바탕 관객들을 반긴 후 조심스레 피어나는 플룻 소리. 마치 “저 여기 있어요! 제 얘기를 들어보실래요?”라며 속삭이는 듯 하다. 이후 점점 위기감이 고조되고, 다른 악기들이 차례차례 합세하며 절정에 다다른다. 절정까지도 끊임없이 잘게 쪼개지는 리듬은 수십 개의 다그닥거리는 말발굽을 연상케 한다. 벅차게 심장을 두드린다. 한편 콘트라베이스와 플룻, 팀파니로 예상되는 양악기들을 적절히 섞어 이국적이고 색다른 음색을 표현한다. 이렇게 첫 곡 ‘달항아리’는 한스러우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기며 곡의 초막을 연다.


내 심금을 울린 또 다른 작품은 <시간의 물결>이다. 적막 속에서 조심스레 본인의 악기를 세팅하는 솔로 연주자를 보는 것 만큼 긴장되는 순간이 없다. 이 곡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거문고다. 앳된 얼굴의 연주자가 투박하게 현을 타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거문고 협주곡을 직접 감상하기는 처음인데, 다른 솔로에 비해 악기 자체가 전달하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러다, 곡에 중반에 등장하는 바람 소리를 연상케 하는 소리가 분위기를 확 바꾼다. 어떤 악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리가 실내를 건조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 채워주었다. 다른 악기의 소리를 귀로 느낄 수 있다면 이 악기의 소리는 공간으로 느껴졌고, 곡을 한 층 생동감있게 꾸며주어 신선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너무도 잘 어우러지는 풍부한 우리 소리 덕에 200% 힐링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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