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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지, 그 천년의 비밀을 뜨는 사람(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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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떠낸 종이를 12시간쯤 돌로 눌러두었다가 일일이 한 장씩 떼어 가열된 철판에 붙여 말린다. 철판 가열에는 장작을 쓴다. 이 건조 장비는 어느 업체든 같은 모 양인데 가스를 써서 가열하면 종이의 감촉이 다르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옛 문헌에는 고운 흙벽을 가열해 종이를 붙여 말렸다는 기록도 있다. 김 장인의 작품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식 같은 종이". 가장 오른쪽이 그가 자랑하는 큰 사이즈의 '대(大)발 종이'로 '물도침'(뜨자마자 통을 발에 굴려 물 을 빼는 전통의 방식)한 종이이다. 종이의 질감이 초보자가 만져도 확연히 다 르다. 맨 왼쪽은 약품표백을 한 종이로 다른 곳에서 기자가 샘플로 얻어서 가지 고 다니던 종이로 흰색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의 종이는 시각적으로 거칠다. 이 점은 김 장인의 종이를 "나쁘다"고 말하는 결정적인 요소이지만 김 장인은 그렇게 말하는 이가 종이를 가져오면 돈을 다 시 내어주고 종이를 되받는다. "조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조으가 전통의 조 으라고 강조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내 조으를 아는 사람들이 날 찾아주면 그기 행복한기라요"라고 한다. 주변에 흔한 복사지는 30초 정도 씹으면 죽 같이 갈려버린다. 기자는 김 장인 의 한지를 씹다가 결국 뱉어냈다. 씹어보는 방법이 한지 판별의 전부는 아니지 만, 씹을수록 단단히 뭉치는 그의 종이는 '잘못 씹으면 이가 부러지는' 전래 한 지의 특질을 그대로 지녔다. 그러나 한지를 쓰는 전문 작가들 상당수는 그의 종이를 '나쁘다'고 한단다. 그 들이 접해본 종이는 거의 양지에 가까운 한지였으니, 붓이 흐르는 감각이나 먹 이 스미는 감각이 지금까지 접하던 종이와는 영 다른 김 장인의 종이는 당연 히 '나쁜 종이'였을 법하다. 아들 김춘호씨가 아버지의 대를 잇겠다고 했을 때, 김 장인은 무조건 4년 이상 도시생활을 할 것을 명하고, 편한 세상의 맛을 보고 나서도 종이 뜰 생각이 나 거든 들어오라 했단다. 대학(전자공학과)을 마친 김춘호씨는 아버지이자 스승 께서 내건 조건대로 도시 생활 딱 4년만에 종이를 뜨겠다고 다시 나타났다. 잘 나가던 직장을 접고 험한 종이 뜨는 일을 하겠단 아들을 붙들고 김춘호씨의 어 머니는 울며 말리셨단다. 김춘호씨는 아버지의 염려보다는 훨씬 진지하게 전통 한지를 지켜내는 일의 중 차대한 의미를 마음 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고 기자는 느꼈다. 지난 1월 1일 새 벽에 혼자 소백산에 올랐다는 김춘호씨의 다짐이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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