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동주택현황

Cheongju City

분야별정보

공동주택현황

시민참여 - 칭찬합시다 상세보기 - 제목, 작성자, 내용, 파일 제공
제목 문의면 소전리에서
작성자 송*태
내용 문의면은 나의 고향이다. 수몰 이후 객지에서 떠도는 나는 그리움이 복받치는 날이면 대청호반을 찾는다. 2월 8일 대보름날에 새해의 만복을 기리기 위해 친구 넷이서 소전리 벌랏 한지마을을 찾았다. 고즈넉한 마을은 어린 시절 고향 풍경처럼 다감했고 어머니 품처럼 포근했다.
민속음식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외줄기 산골길에 차량 행렬이 즐비하다. 도로가 소실되어 중장비를 불렀으니 세 시간 정도만 기다려달라는 안내자의 당부였다. 기다리기가 지루한 나머지 후곡리를 찾아 나섰다. 대청호반과 어우러진 솔밭을 바라보며 산수화 같은 풍광에 취해갔다. 좁다란 길에서 마주 오는 차량과 마주쳤다. 길이 소실되었으니 가지 말라는 당부다. 쉴 곳이 없다고 넋두리를 하자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제의를 한다. 안내하여 들어간 집은 꿀벌을 치고 있었다. 마침 담가놓은 민속주가 있다며 잘 익은 약주를 내놓는다. 벌꿀과 농사지은 쌀로 빚은 약주는 감칠맛이 돌았다. 대화를 나누며 몇 순배를 하고 나니 얼큰하게 취기가 돈다. 친절히 나그네를 맞아주는 부부는 길 보수가 끝날 때를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며 2리터 병에 가득 담아 주었다. 꼭 인사하려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인정에 취한 우리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소전리에 와보니 난공사가 되어 시간이 예상외로 길어진단다. 많은 인파 속에서 열심히 안내를 하는 몇 분을 보았다. 수고가 많다며 약주를 권했으나 정황상 마실 수 없다고 거절한다. 소전리 이장을 만나 한잔 권했지만 역시 거절하였다. 마침 추위에 떨고 계시는 어르신이 눈에 밟혔다. 언제나 그랬듯이 어른 공경은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가 아니던가, 공손히 잔을 권했다. 추위를 타시는지 단숨에 드신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코끝이 시큰하다. 한잔을 더 따라드리고 나니 환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셨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이웃처럼 금세 친숙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마침 박목월의 시조가 떠올랐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흥얼흥얼 ‘나그네’ 시조를 읊고 나니 어르신께서 박수를 친다. 마을회관에 당도한 우리는 라면을 먹으며 상견례를 나누었다. 어르신은 도청과 시청에서 근무하다가 퇴임하신 분이셨다. 풍기는 인상이 남달랐다. 우리는 오래된 사이처럼 친숙해졌다. 옆에 계시던 분께서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해서 되 뉘었다. 알고 보니 상당구청장님이었다. 직원 분들과 온종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익히 보고 있던 터였다. 한편에서는 고성도 오갔다. 언제까지 길 복구를 할 거냐는 촉구는 계속되었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모여들어 음식을 차렸다. 부녀회원들이라지만 모두 60세가 넘게 보이는 분들이었다.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도 함께 찍으며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했지만 다른 분들은 모두 숙연했다. 건너 방에서는 보상 문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나서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런 일이야 골백번도 더 겪은 터가 아니던가, 논제는 불상사 없이 도로 복구가 빨리 마무리되는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복구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내일은 선약이 있지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달관하였다. 점잔은 어르신과 묘한 인연으로 뜻한 봐도 없는데 산속 오지마을에서 호형호제하며 인생을 논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사진도 함께 찍고 우리가 지금은 오갈 곳 없이 갇혀있지만 오늘의 인연으로 줄곧 연락하며 지내자는 약속을 나눌 때에 내일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만 하는 친구의 성화로 11시가 넘어 구청 직원의 안내로 문의까지 나올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 진행 상황을 계속해서 연락을 주셨다. 새벽 한 시가 되어 길이 뚫리고 두 시가 넘어 청주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사고 수습을 위해 수고하시는 구청장님, 건설 과장님, 면장님, 토목공사 관계자, 담당 직원, 마을 이장, 부녀회원 여러분이 추위에 떨며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생각을 하니 고맙고 미안하여 밤새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나는 그날 보았다. 얼음 속을 흐르는 시냇물처럼,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애쓰는 의료진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공무원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는 그나마 따뜻한 밤을 보내고 있질 않는가, 시국이 어렵지만 시름 내려놓고 새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추위에 떨면서 꽃을 피운 생강나무 꽃처럼 위기에서도 기회는 오고, 우리들의 인정도 옛 고향 마을 사람들처럼 그렇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복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우리 애들도 충과 효를 가슴에 품고 살맛나는 시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대보름달을 향해 빌어본다.

2020년 2월9일 천안에서 송종태
파일
이전,다음보기 - 이전글 목록이나 다음글 목록으로 이동 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청주 407번 시내버스 한 기사님을 칭찬합니다
다음글 동일운수 2012 기사님 최고입니다

담당자 정보

  • 담당부서 : 공동주택과
  • 담당자 : 홍순기
  • 문의전화(043) : 201-2513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셨습니까?

만족도 조사